심폐소생술 거부. Charley BrindleyЧитать онлайн книгу.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이야기하실 겁니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서 내 옆에 앉아있는 의사를 가리키려 했지만, 관과 손 등에 꽂힌 두 개의 주삿바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당신의 가족들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의사는 말했다. "그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제 손녀를 혹시 아신다면, 그 아이가 이 병원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대기실 의자 위에서 자고 있어요."
"그 아이를 불러줄 수 있나요?"
"아니요. 버튼을 누르셔야 해요."
"어디에 있죠?" "손 바로 아래쪽에 있어요."
"아, 그렇군요." 나는 버튼을 찾아서 더듬거린 후에 눌렀다. 담당 간호사가 서둘러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무엇을 가져다드릴까요?" 하고 물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내 어깨에 얹었다. 나는 그녀가 좋았다. 매우 친절했고, 허튼소리를 하지 않았다.
"케이틀리온이 밖에 있나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예요. 그 아이는 저보다 이곳에 더 오래 있으니까요."
불쌍한 아이. 그 아이는 괜찮을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기를 바란다. 나는 그 아이가 열 여덟 살이 될 때까지 버텨왔다. 그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트럭 운전사와 눈이 맞아 함께 위치타를 떠났을 때 아이는 두 살이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우리 둘뿐이었다. 몇 주쯤 지나고 나면 케이틀리온은 잘살게 될 것이다. 비록 혼자일 테지만 그 아이는 대학을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유럽에 가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시간은 고작해야 한 달 남짓일 것이다.
“할아버지.”
여기 있었구나, 아름다운 나의 소녀. 그녀가 나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몸을 낮추어 볼에 입을 맞춘다. 그녀의 이름은 케이틀리온, 케이트 리온. 아이의 엄마가 펜타닐 약물과 헤로인 투여로 인하여 발음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아마도 그녀는 “타비온”이라고 말하려 했을 것이다. 그 이름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안녕, 내 아기.” 그녀는 구멍이 나 있는 청바지와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티셔츠에는 ‘다섯 명 중 네 명은 수학을 어려워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자 웃음이 났다.
“오늘 좋아 보이시네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긴 적갈색의 머리. 그녀의 갈색 눈은 깊었고, 마치 특별한 비밀을 숨긴 듯한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의 끝부분부터 6인치 정도는 밝은 꿀 빛깔의 금발로 염색을 했는데 그녀가 베이비라이트 색상이라고 부르는 듯했다. 그리고 항상 아름다운 미소를 띠었다. 나는 코에 연결된 관을 통해서 숨을 내쉬고 손을 흔들어 그녀가 말을 멈추도록 했다.
“내 생각에 이젠 때가 온 것 같구나, 아이야.” “안 돼요,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링거 주사 때문에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자신 쪽으로 가져갔다.
제2장
1945년 8월 10일
나는 교실 뒤편의 문으로 살며시 들어가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너는 누구니?”
그날은 포드랜드 고등학교로 등교하는 첫날이었다. 작은 체구의 남자가 교실 앞에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보랏빛을 띤 회색 정장에 검은 조끼 그리고 꽃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남자 선생님을 본 적이 없었다.
“차, 찰리 브린들리예요.”
“좋아. 내가 아는 다섯 번째 브린들리가 되겠구나. 너 말고 다른 아이들은 없니?”
나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 나에게 다른 형제들이 없냐는 말인가, 아니면 브린들리라는 성을 가진 학생들에